앞서 전체적으로 관람한 내용에 관해서 적었는데, 이번에는 가장 중요한 애니메이션, 작품에 관해서 몇 자 적어본다.

 우선 Illusion studio의 첫 장편 영화로, 라틴 아메리카 최초의 입체 영화, 아르헨티나 최초의 3D 영화라는 꽤나 화려한 수식어를 가지고 있는 <느와르 부기>는 아르헨티나 만화가 로베르토 폰타나로사(Roberto Fontanarrosa)의 만화가 원작이다. 82년부터 97년까지 약 400여 편의 에피소드로 15년 간 세계 각 국에 출간된 이 만화는, 전쟁과 남성 우월주의에 대한 풍자로 시작해 아르헨티나 군부에 대한 풍자를 주로 다룬 정치적 색채가 담긴 만화이다. 2007년 애니메이션 제작의 기획이 이루어졌으나 안타깝게도 폰타나로사는 2007년 6월 사망해 애니메이션이 제작되는 것은 보지 못했다고 한다.

 좀 더 들은 얘기로 보충을 하자면, 처음엔 2D로 안시 페스티벌Annecy Festival에 출품을 했는데, 후에 제작자의 제안으로 후반 작업에서 2D와 3D를 결합한 형태로 제작하게 되었고, 내용 면에 있어서도 헐리웃 영화에 대한 패러디로 화려한 액션신과 기존에 없던 여주인공과 조연들을 가미하게 되었다.

 제작 기법에 관해서 얘기하자면, 큰 틀에서는 컷 아웃(cut-out) 방식으로 제작되었는데, 가상 인형을 만들어 팔.머리 등이 각각 따로따로 움직일 수 있게 했다. 이렇게 하다보니 인물의 수정이 쉽고 컷 안에서의 작업이 가능했다고 한다. 좀 서 세부적인 부분의 제작에 관해 얘기하자면, 좀 더 사진처럼 보이고 영화같은 느낌이 나게 질감과 조명에 상당한 신경을 기울였다고 하는데, 소품(대표적으로 무기)이나 배경에 3D 그래픽 뿐 아니라 실제 사진이나 그림을 갖다 넣기도 했다.
아무래도 만화가 원작인만큼 최대한 만화의 느낌을 잘 살리려고 노력했다고...
참고로 원작만화는 배경이 거의 없고 선으로만 이루어진 만화인 탓에 애니메이션의 배경 등은 아무래도 감독과 제작진들의 작품이 되었을 것이다.

 여기까지는 마스터 클래스에서 들은 내용을 바탕으로 <느와르 부기> 작품에 관한 내용이었고, 애니메이션에 관해 전체적으로 평을 하자면 "화려한 볼거리로 시선을 끌었지만 스토리가 너무 진부하고 빈약하다는 느낌"이었다고 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3D 입체 영화인 만큼 볼거리에 관해서는 논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총알이 날아오는 것 같은 장면이라던가 피가 튀는 장면 등은 애니메이션임에도 실제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하지만, 스토리 부분에서는 마치 8,90년대 헐리웃 액션 영화를 보는 듯한 진부한 스토리가 이어져 보는 내내 불편한 느낌이 있었다. 뿐만 아니라, 등장 인물들에 대한 의문점을 해소시켜 주는 어떠한 장면도 없어 아직까지도 의문점이 남는데, '부기는 왜 그렇게 잔인한가?'라던가 '마르시아가 부기에 동화된 이유' 등은 작품 전체를 통틀어서도 답을 구할 수가 없다. 등장인물들의 연결 관계에 있어서도 부기와 마르시아의 애정구도 외엔 뭔가 뚜렷한 구도 등이 보이질 않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블랙 번과 부기의 대립 구도는 너무 빈약한 느낌이 있었고, 소니와 마르시아의 애정 구도는 말로만 잠깐 지나친 정도였다.

 또한, 정서적인 문제이긴 하지만 '잔인함'이라는 부분이 조금 과하게 표현된 건 아닐까 싶기도 했다. 초반부터 마지막까지 엄청난 수의 사람이 죽어나가고, 사지가 찢기고 머리가 터지고 특히 마지막에 마르시아가 소니를 구두굽으로 찍어내리는 장면은 고어물 수준으로 잔인했다. 서양의 정서상에서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동양적인 정서에서는 18금이라 하더라도 너무 표현이 과한 것은 아니었는지 하는 부분이었다.

 이런 스토리 부분에서의 아쉬움은 있었지만, 작품 자체를 이끌어 가는 데 있어서 심각함 속의 유머, 유머 속의 진중함 등 작품 전체의 분위기의 경중을 상당히 능숙하게 잘 다뤄내고 있는 점에서는 감탄했다. 또한, 종이 인형이 움직이는 듯한 느낌으로 마치 만화 한 컷 한 컷이 애니메이션화 된 것 같은 느낌은 굉장히 참신한 느낌을 주었다. 몇몇 부분에서는 만화책을 보는 듯한 착각도 일었다. 때문에 스토리 부분에서 상당히 진부하고 지루하다는 느낌을 받았음에도 러닝 타임이 지루하지는 않았다.

 마지막으로, 마스터 클래스 자체에 대한 아쉬운 부분에 관한 얘기인데, 다른 부분은 정말 흠잡을 데가 없었다. 준비해온 PPT자료들, 영상들은 이해하기 쉬웠다. 하지만, 통역가가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 무지한 관계로 대충 '이렇게 해서', '그렇게 해서'라는 식으로 얼버무리고 넘어가 PPT 자료 외적인 부분, 감독이 직접 설명해주는 부분에 관해서는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같이 온 친구도 상영관을 나서면서 '뭘 말하는 지를 모르겠다.'는 말만 되풀이할 정도였으니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좀 더 보완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사실, 이번 Pisaf를 다녀오면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외국이나 우리 나라나 애니메이션 제작에 관해서는 여전히 관심이 많이 부족하구나 싶었다. 자본적인 문제나 기술적인 문제나 투자가 여의치 않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 이런 수작들이 탄생하는 것이 대단한 것이라고 칭찬을 해야할지, 안타까워 해야할 지 모르겠다. 앞으로 이런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환경을 개선할 수 있을 지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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